한국서 ‘버추어 유튜버’ 사업 붐이 일고 있다. 2일, 서울 삼성동서 개막된 ‘코리아 VR 페스티벌’에는 ‘버추어 유튜버'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과 3D 그래픽으로 제작된 가상 캐릭터와 실시간으로 증강현실(AR) 방송을 할 수 있는 영상 제작 솔루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JDM의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 ‘둘째'. / 김형원 기자
JDM의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 ‘둘째'. / 김형원 기자
버추어 유튜버는 사람 대신 캐릭터를 앞세워 활동하는 영상 창작자를 말한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사람이 대신 연기하는 셈이다. 버추얼(Virtual)’과 ‘유튜버(YouTuber)’를 합쳐 브이튜버(VTub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버추어 유튜버 대명사격 캐릭터 ‘키즈나 아이'. / 야후재팬 갈무리
버추어 유튜버 대명사격 캐릭터 ‘키즈나 아이'. / 야후재팬 갈무리
‘버추어 유튜버’란 말을 만들고 이 시장을 끌어낸 장본인은 자칭 인공지능(AI) 미소녀 ‘키즈나 아이'다. 2016년 12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그녀는 채널 운영 1년째인 12월 120만명, 기사 작성시점인 2019년 10월 25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인기 크리에이터다.

1인 영상 창작자 업계에서는 구독자 100만명 달성에 보통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평가한다. 키즈나 아이가 1년만에 120만명을 확보한 것은 그 만큼 그녀의 콘텐츠가 타 콘텐츠 대비 차별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즈나 아이의 목소리와 모션을 연기하는 성우는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그녀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성우의 연기가 아닌 인공지능인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가상의 캐릭터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배가시킨다.

버추어 유튜버 ‘키즈나 아이’는 애니메이션 왕국이자 성우 팬덤 문화가 안착된 일본이기에 탄생될 수 있는 캐릭터다. 성우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고 캐릭터 디자이너가 캐릭터의 매력과 사실감을 한층 높여주는 등 일본 콘텐츠 산업 특기가 한데 모인 창조물인 셈이다.

키즈나 아이 단독 라이브 콘서트 현장. / 유튜브 갈무리
키즈나 아이 단독 라이브 콘서트 현장. / 유튜브 갈무리
일반 유튜버 창작자가 자신의 명성과 이름을 이용해 커머스 사업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버추어 유튜버 키즈나 아이는 자기 자신을 고부가가치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일본 피규어 제작사와 캐릭터 상품 전문 기업이 앞다퉈 피규어 등 키즈나 아이 캐릭터 상품을 제작했다. 키즈나 아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유튜버와 마찬가지로 커머스 사업과 팬 미팅, 라이브 콘서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키즈나 아이의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에서 '미라이 아카리’, ‘카구야 루나’, ‘케모미미’, ‘후지사키 유아’등 키즈나 아이와 같은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어 유튜버가 속속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게임 제작사를 중심으로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가 탄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7월, 게임 ‘에픽세븐' 홍보를 위해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 ‘세아(SE:A)’를,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11월 ‘초이'를 선보였다. 샌드박스네트워크도 같은 시기에 도깨비 ‘도차비’와 구미호 ‘호요리’를 앞세운 버추어 몬스터 채널을 만들었다.

7월 열린 만화애니메이션 축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시카프·SICAF) 2019’에서는 버추어 유튜버 ‘아뽀키(APOKI)’가 홍보대사로 기용되기도 했다.

버추어 유튜버, 한국서 성장 가능성 높다

한국에서 버추어 유튜버 분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구독자 수와 캐릭터 및 커머스 사업에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추어 유튜버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 ‘제이디엠(JDM) 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버추어 유튜버 시장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고 평가했다. 5G 이동통신과 VR·AR 기술·콘텐츠 확대로 누구나 쉽게 버추어 유튜버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JDM의 버추어 유튜버 시연 장면. / 김형원 기자
JDM의 버추어 유튜버 시연 장면. / 김형원 기자
JDM은 우선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 ‘벤터(VENTER)’로 버추어 유튜버 창작자를 모집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벤터 소속 창작자를 ‘군단'이라 표현한다. 많은 창작자를 육성시켜 캐릭터와 커머스 사업을 확대시키겠다는 취지다.

JDM에 따르면 현재 벤터 소속 버추어 유튜버 창작자는 모두 33명이다. 회사는 오디션 등을 통해 자체 버추어 유튜버 창작자도 육성할 방침이다.

JDM은 버추어 유튜버를 위한 가상 캐릭터 상거래 플랫폼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인도 쉽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베이커리(Vakery)’라 부르고 있다. 회사는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 ‘벤터코인'을 이용해 성과형 MCN 관리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플랫폼과 아이디어를 특허화해 사업 위험 요소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JDM은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에 사람이 아닌 진짜 인공지능을 더하는 AI프로젝트 ‘코니 아이'도 제작 중이다. 회사는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하는 버추어 유튜버 캐릭터를 완성시켜, ‘무인점포'와 ‘게임', ‘개인 스타일리스트' 등의 분야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